구글의 양자 실험, 비트코인 해킹 비용이 40분의 1로 줄었을까?
‘양자컴퓨터의 오류를 40배 줄였다’는 소식을 비트코인 보유자가 접하면 궁금해질 수 있다. 내 코인을 지키는 암호도 그만큼 쉽게 풀리는 것일까. 비밀키를 알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면, 키를 잘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안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 답하려면 무엇의 오류가 줄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2026년 10월 16일 디크립트는 구글의 Willow 칩이 양자 계산에 필요한 특수한 상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약 40배 줄였다고 보도했다. 코인데스크도 같은 성과를 다루면서, 검사에 통과한 결과의 높은 정확도와 낮은 통과율을 함께 전했다. 이번 실험은 비트코인 비밀키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긴 양자 계산에 쓰일 자원을 준비하는 한 과정을 개선한 것이다.
그 차이를 이해하면 연구의 진전을 과소평가하지 않으면서도 지갑 해킹이 임박했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핵심은 좋은 결과 하나를 얻는 능력과, 그런 결과를 계속 공급해 실제 계산을 끝내는 능력을 구별하는 데 있다.
비트코인에서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은 거래 승인 권한이다
비트코인의 비밀키는 지갑 앱에 들어갈 때 쓰는 비밀번호와 다르다. 코인을 보내겠다는 거래에 디지털 서명을 만드는 데 쓰인다. 공개키는 그 서명이 짝을 이루는 비밀키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데 사용된다. 네트워크는 거래를 보낸 사람의 얼굴이나 이름 대신 서명을 통해 승인 권한을 확인한다.
이 구조가 성립하려면 중요한 비대칭이 있어야 한다. 비밀키를 가진 사람은 서명을 만들 수 있지만, 공개키와 서명을 본 다른 사람은 비밀키를 알아내기 어려워야 한다. 검증에 필요한 정보는 공개하면서도 승인 권한은 비밀키 보유자에게 남겨 두는 것이다. 공개키가 알려지는 것과 돈을 움직일 권한이 넘어가는 것은 원래 별개의 일이다.
코인데스크가 설명한 양자 공격의 이론적 경로는 이 비대칭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충분히 크고 오류를 제어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필요한 수학 계산을 수행하면, 공개키에서 비밀키를 계산해 낼 수 있다. 공격자가 그 키로 거래에 서명하면 네트워크는 유효한 서명만으로 원래 주인과 공격자를 구별할 수 없다. 지갑 앱에 침입하거나 보관 중인 복구 문구를 훔치지 않고도 승인 권한을 얻는 경로다.
다만 공격자가 계산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은 모든 비트코인에서 같지 않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어떤 결제 방식은 공개키를 처음부터 드러내고 다른 방식은 코인을 쓸 때 드러낸다. 거래 화면에서 보는 주소와 공개키를 언제나 같은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공개키가 이미 드러나 있는지, 거래 과정에서 새로 드러나는지에 따라 공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시간도 달라진다.
따라서 양자컴퓨터의 위협을 따질 때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계산이 빠른가’가 아니다. 실제 공개키를 바탕으로 비밀키를 찾아내는 계산을 필요한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구글의 이번 실험이 그 능력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판단하려면, 전체 계산 가운데 어느 부분을 다뤘는지 알아야 한다.
계산에 쓸 자원을 준비하는 데도 장비가 든다
양자컴퓨터는 정보를 담은 상태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기 쉽다. 그 상태가 흐트러지면 계산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연산을 많이 이어 붙이는 긴 계산에서는 문제가 더 까다로워진다. 개별 연산 하나가 작동하는 것과, 많은 연산을 거쳐 마지막에 올바른 답을 얻는 것은 다른 과제다.
이를 해결하려고 연구자들은 여러 물리적 장치를 함께 사용해 오류를 찾아내고 바로잡는다. 그렇다고 모든 종류의 연산이 저절로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연산에는 별도로 준비한 보조 양자 상태가 필요하다. 계산 장치의 일부를 특정한 상태로 만들어 두었다가 연산에 자원처럼 투입하는 것이다.
이 보조 상태는 파일 하나를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복사해 쓰는 것과 다르다. 해당 연산에 사용하면 소모되므로 계산하는 동안 새로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 계산을 맡은 부분이 잘 작동해도 필요한 상태가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전체 작업을 계획대로 이어 갈 수 없다. 준비 과정도 실제 계산 능력의 일부인 셈이다.
보조 상태를 만드는 데 투입한 장비는 그동안 다른 계산에 쓸 수 없다. 따라서 양자컴퓨터가 얼마나 큰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는지 따질 때는 계산을 직접 수행하는 부분만 세어서는 부족하다. 계산을 뒷받침하는 자원을 얼마나 많은 장비로, 얼마나 빠르게 준비하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코인데스크와 디크립트가 전한 구글의 실험은 거친 상태를 먼저 만든 뒤 오류 검사를 거치고, 좋지 않은 시도는 버려서 신뢰도 높은 상태를 얻는 방식이다. 보도에서 말하는 약 40배의 오류 감소는 이 준비 과정에 관한 수치다. 공개키를 넣고 비밀키를 얻는 완성된 공격의 속도나 비용을 직접 측정한 값은 아니다.
이 준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더 큰 계산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변적인 개선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99.99%와 8%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두 보도에 따르면, 검사를 통과한 상태의 충실도는 약 99.99%였다. 충실도는 준비된 양자 상태가 연구자가 목표로 삼은 상태에 얼마나 가까운지 나타내는 지표다. 그런데 준비 시도 가운데 검사를 통과해 최종적으로 남은 것은 약 8%였다. 매우 높은 수치와 낮은 수치가 함께 등장하지만 둘은 모순되지 않는다.
99.99%는 검사에 통과해 남은 결과의 품질을 설명한다. 반면 8%는 준비를 시도했을 때 그런 결과를 얼마나 자주 얻었는지를 설명한다. 대략 100번 시도하면 여덟 정도가 남았다는 뜻이다. 높은 충실도에는 탈락한 시도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를 모든 준비 시도나 양자컴퓨터 전체의 정확도로 읽으면 측정 대상을 바꾸게 된다.
99.99%는 통과한 상태의 품질이고, 약 8%는 준비 시도의 통과 비율이다.
제품 검사에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출하 검사를 통과한 제품의 품질이 높더라도 생산한 물건 대부분이 검사에서 탈락한다면, 안정적인 납품 능력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양자 상태의 충실도가 제품 불량률과 같은 지표라는 뜻은 아니다. 선택된 결과의 품질과 전체 생산 과정의 수율을 구별해야 한다는 관계가 비슷하다는 뜻이다.
검사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버리는 것은 오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의 일부다. 따라서 탈락한 시도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실험을 실패라고 부르는 것도 맞지 않는다. 연구자는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골라내는 데 성공했을 수 있다. 실제 계산에 활용하려면 그 탈락을 감수하고도 필요한 양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별도의 문제가 남는 것이다.
여기에는 속도와 장비 규모가 함께 들어간다. 통과율이 같더라도 한 번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 여러 준비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공급량이 달라진다. 반대로 통과율이 높아도 준비가 너무 느리면 긴 계산에 필요한 자원을 제때 대지 못할 수 있다. 8%라는 비율 하나만으로 초당 생산량이나 필요한 장비 수를 계산할 수는 없다.
또한 보조 상태의 충실도가 높다고 해서 완성된 계산도 같은 확률로 정답을 낸다는 뜻은 아니다. 상태를 준비한 뒤 실제 연산에 연결하고 계산을 계속하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 보고된 정확도의 대상은 골라낸 보조 상태이지, 비트코인 비밀키를 찾는 계산의 최종 결과가 아니다.
한 번 잘 만드는 것과 계속 공급하는 것은 다르다
비트코인 공격과의 거리를 이해하는 데는 한 번의 정확도뿐 아니라 지속적인 공급 부담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코인데스크는 공개키가 드러난 뒤 약 9분 안에 계산을 끝내는 한 가지 공격 모델을 소개했다. 그 모델에서는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보조 상태를 초당 약 50만 개 공급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50만 개를 한 번 만들면 된다는 뜻이 아니다. 계산이 진행되는 동안 매초 그 정도의 공급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잠깐 좋은 결과를 얻는 실험과, 많은 자원을 계속 만들어 소비하는 작업은 요구하는 능력이 다르다. 상태를 만드는 과정과 그것을 사용하는 과정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약 9분과 초당 약 50만 개는 모든 양자 공격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준도 아니다. 공개키가 드러난 뒤 정해진 시간 안에 공격을 마치려는 특정 모델의 조건이다. 공개키가 이미 오래전부터 드러난 대상을 생각한다면 시간 제약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숫자는 보편적인 공격 기준선을 정하기보다, 한 공격을 실제로 실행할 때 공급 부담이 얼마나 구체적인 문제가 되는지 보여준다.
준비 장치를 많이 늘리면 해결될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준비에 더 많은 장비를 쓰면 그만큼 전체 기계에 필요한 자원이 늘어난다. 장치가 많아질수록 오류를 제어하고 함께 운용하는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정확한 상태를 얻는 방법이 있다는 것과 그 방법을 필요한 규모로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은 따로 확인해야 할 문제다.
코인데스크가 전한 후속 과제도 이 관계와 맞닿아 있다. 준비 과정을 더 큰 규모에서 실행하고, 상태를 실시간으로 공급하며, 더 강한 오류 정정 구조에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막연히 ‘더 연구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다. 작은 실험에서 얻은 결과가 긴 계산의 흐름 안에서도 유용하게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과제다.
기존 공격 비용에 40을 다시 적용할 수 없는 이유
오류를 40배 줄였다는 말을 들으면 기존에 알려진 공격 비용도 40분의 1이 되는지 계산하고 싶어질 수 있다. 그러나 오류율과 비용은 같은 지표가 아니다. 준비 과정에서 오류를 줄였다는 사실만으로 장비 수나 전력, 계산 시간이 같은 비율로 줄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전체 비용에는 보조 상태를 준비하는 부담, 실제 수학 계산을 수행하는 부담, 오류를 바로잡고 계산을 이어 가는 부담이 모두 들어간다. 한 부분의 개선이 전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그 부분이 원래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 개선 뒤에는 다른 부분이 작업을 제한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특정 과정의 개선 배수를 완성된 기계에 그대로 붙일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사례에는 더 중요한 전제도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026년 3월 구글이 제시한 공격 비용 추정은 이미 효율적인 보조 상태 생산을 가정했다. 이번 실험은 그 생산 방식의 일부를 시험한 것이므로 앞선 추정치에 다시 40배의 개선을 적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예전 추정이 무엇을 미리 가능하다고 놓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령 어떤 운송 계획이 효율적인 하역 작업을 전제로 총비용을 계산했다고 하자. 이후 그 하역 방식이 실험에서 작동했다면 계획의 전제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늘어난다. 하지만 이미 계산에 넣었던 효율을 새로운 할인으로 한 번 더 적용할 수는 없다. 이번 성과와 앞선 공격 비용 추정의 관계도 이런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구분은 실험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기계가 할 수 있으리라고 가정한 작업을 실제 장치에서 시험하는 일은 추정의 현실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다만 ‘가능하다고 놓았던 전제를 시험했다’는 진전과 ‘기존 추정 비용을 같은 배수로 낮췄다’는 주장은 다르다.
이번 실험이 보여준 진전의 위치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이번 보도만으로 누군가 곧 비트코인 비밀키를 알아내 코인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두 매체가 다룬 것은 계산에 필요한 상태의 준비 실험이지, 실제 비트코인 비밀키를 복구한 시연이 아니다. 보도에는 그런 공격이 가능해질 날짜도 제시돼 있지 않다. 그렇다고 이 자료로 먼 미래까지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이번에 더 선명해진 것은 공격까지의 거리가 컴퓨터 크기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확한 상태를 골라내는 능력, 그것을 충분히 빨리 공급하는 능력, 공급된 상태를 이용해 긴 계산을 끝내는 능력이 연결돼야 한다. 준비 과정의 정확도와 통과율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품질이 높은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만, 그 결과가 실제 작업을 지탱할 만큼 계속 나오는지는 다른 질문이다.
비트코인의 거래 승인 권한과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결국 ‘다른 사람이 유효한 서명을 만들 수 있느냐’에서 만난다. 구글의 이번 성과는 그 권한을 실제로 빼앗은 사건이 아니라, 장래에 그런 계산을 뒷받침할 준비 기술을 시험한 결과다. ‘40배’를 공격의 속도계로 읽기보다, 이론적 계산을 현실의 능력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검증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읽어야 한다.